2013.09.23 16:47
2) 안식일에서 주일로의 변경
예수님의 부활이 있은 이후, 초대 교회의 성도들은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인 안식 후 첫 날, 즉 주일에서 찾았다. 주일은 우리의 속죄와 구원을 가능하게 한 예수님의 부활이 있던 날이기에,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지키라 하신 진정한 의미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안식 후 첫 날에 모여 떡을 떼기 시작했다(행
13:14, 42, 44, 17:2, 18:14).
그러므로 신약 성도들에게 있어서의 주일은 쉰다는 안식의 의미보다, 구원받은 은혜를 감사하고 찬송하는 예배와 주님께 봉사를 한다는 의미가 더 강조되었다.
주일에 세속적인 일을 하지 않고 쉰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 하나님을 향한 영적인 일을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쉬셨던 일곱째 날은 여섯째 날에 지음을 받았던 사람이 자신의 지음 받은 본분에 따라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첫 일을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초대교회 안에서는 한동안 할례와 세례가 동시에 행해졌던 것처럼, 안식일과 주일도 동시에 지켜졌었다. 그러나 점차 안식 후 첫 날로, 즉 주일로 통일이 이루어졌다. 이런 관례는 유대지역 밖으로까지 확산이 되었다. 그래서 사도 바울께서는 갈라디아 교회와 고린도 교회에도 매주일 첫 날에 모일 것을 명령했다(고전 16:2). 2세기의 지도자 익나티우스가 “신약교회는 이미 안식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일을 위해서 생활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주일을 지키는 것이 초대교회의 보편적 현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신약 성경에 주일을 지키라는 명령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도들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갔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사도들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신 것은 유대인의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 모인 유대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행 13:14~41, 18:4). 예수님이나 사도들께서는 주일을 지킬 것을 구체적으로는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창조의 일곱째 날에 하셨던 것처럼, 그들은 친히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시면서 주일을 지킬 것을 말없이 명령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교회들이 지금까지 주일을 지켜오는 것은 매우 합당한 일이라 할 수 있다.
3. 주일에 해야 할 일
주일을 성수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앞에서 말한 주일의 유래, 그리고 사람이 주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찾아야 한다.
주일에는 무엇보다 우선해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송하고, 구원해 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예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주일에 가장 중요한 일은 예배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사실을 교육하시기 위해서, 매 안식일마다 일 년 되고 흠 없는 수양 둘과 고운 가루 에바 십 분지 이에 기름 섞은 소제와 그 전제를 드리게 하셨고(민
28:9), 고운 가루 십 분지 이로 떡 열둘을 구워 진설을 하도록 명령하셨다(레 24:8).
주일에는 예배 이외에도 구속주이신 하나님과 관련된 일들을 해야 한다. 구원의 도리를 전하고 가르치는 일, 예배나 전도와 관련된 청소, 기계동작, 찬양연습, 식당봉사, 차량봉사 등의 일은 주일에 해야 할 일들이다.
한편, 주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날이다(막 2:27). 그러므로 음식을 먹거나 몸을 씻는 일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 긴급 환자를 돌보거나 갑작스런 재난에 대처하는 일처럼 부득이 하거나 긴급한 일은 주일에도 해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친히 모범으로 보여주셨던 것과 같이 이웃에게 자비와 긍휼을
베푸는 일, 즉 병자나 가난한 사람을 돌아보는 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예배하는 일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만일 사람을 위한 일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그 일을 포기하거나 다른 날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주일에 하지 말아야 할 일
주일에는 세속적인 일은 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종이나 나그네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 짐승이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출 20:10). 밭을 갈거나 추수를 하는 도중이라도 그 일을 중단하고 쉬어야 했다(출 34:21). 심지어는 불도 피우지 말아야 했다(출 35:3). 이것을 어기는 사람은 죽임을 당했다. 이것은 단지 육체의 휴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령한 일을 적극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므로 주일에는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기쁨이나 유익을 쫒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락, 유흥, 관광여행, 쇼핑 등은 삼가야 할 일들이다.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일하게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주일에는 돈을 사용하는 것도 금해야 한다. 다만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통비를 지불하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해 부득이 음식을 대접하는 일처럼 주일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은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가급적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먼저 시도되어야 한다.
주일은 육체적 휴식과 함께 구원받은 은혜를 감사하며 지내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창조 때부터 몸소 실천을 통해 보여주시고, 모세를 통해 구체적으로 명령을 하신 제도이다. 그러므로 주일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복되고 거룩한 날이다. 주일을 지키는 것은 성도의 마땅한 의무이다.
그리고 성도는 주일을 지켜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드러내는 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주일을 성수하기 위하여 주일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분별하고, 주일을 위해 한 주간을 미리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일을 정하신 근본정신과는 달리, 예수님께 책망을 받았던 과거 형식적인 율법주의자들의 오류에 또다시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